Game and Social System

[비디오게임과 커뮤니티 ③] 게임과 사회 시스템

12 December 2014 / Cologne
published in 똑똑 talk talk 커뮤니티와 아트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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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 Clicker (2010)

게임과 사회 시스템

게임 플레이란 불필요한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자발적 시도라고 버나드 슈츠(Bernard Suits)는 정의한바 있다. 게임 플레이는 그 불필요한 장애물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극복하여 목표를 이루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소셜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매커니즘을 풍자한 카우 클리커(Cow Clicker, 2010)가 보여주듯이, 플레이어는 결과를 얻기 위해 때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노동도 불사하며 그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은 금전적 소비로 연결되곤 한다.

특정한 소비의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게임의 특성을 도입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예와 같이, 많은 장르 게임의 구조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닮았다. 킬스크린(Kill Screen)의 제이민 워런은, 이케아 마케팅의 성공신화에서도 게임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플에이어가 마치 경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게임디자이너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효율적인 레벨디자인은 ‘조직화된 동선(organized walking)’를 통해 이케아 매장에 적용된다. 또한 직접 상품을 조립해서 완성하는 과정을 적절한 난이도로 만들어 대랑생산품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소비자 스스로 부여하도록 하는 것은 ‘노력의 정당화(effort justification)’로 이야기된다. source link

정치사회적 이슈를 게임으로 만들어 온 몰레인더스트리아(Molleindustria)의 파올로 페더치니는 결과지향적 성격을 가진 비디오 게임이 자본주의의 산업 생산구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플레이어의 행위를 특징짓는 대부분의 동사들 – 해결하기, 치우기, 관리하기, 업그레이드하기, 모으기 등 –은 산업구조의 합리화를 미학적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결과로 가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도구적으로 이용되곤 한다. source link

몰레인더스트리아는 스마트폰 제작과정에서 노동 착취 등의 문제를 다룬 폰 스토리(Phone Story, 2011)가 앱스토어에서 삭제 당한 바 있다. 또 다른 게임, 더 나은 쥐덫 만들기(To Build A Better Mousetrap, 2014)는 R&D, 생산라인, 실업자로 나뉘어진 세 개의 수직 구조를 보여준다. 파산이나 집단 반발을 막고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마우스로 쥐들을 이리저리 옮겨 놓아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치즈를 더 달라고 항의하는 쥐들은 재빨리 밑으로 던져버리고, 현재 일하는 쥐들보다 더 적은 양의 치즈에도 일할 용의가 있는 실업자 쥐나 자동화 생산으로 빈 자리를 대체한다. 이 게임에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루카스포프의 페이퍼스, 플리즈(Papers, Please, 2013)에서도 플레이어는 출입국 관리인으로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입국 신청자들 앞에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점점 까다로워지는 업무와 아슬아슬하게 연장되는 생활에 치여 어느 순간 가장 나은 결과를 위한 합리적인 계산만을 추동한다. 그 결과로 실직이나 사형을 피해 성공적으로 현상 유지를 했다면, 이것은 해피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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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uild A Better Mousetrap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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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s, Please (2013)

게임플레이에서의 저널리즘을 다룬 책, 뉴스게임(Newsgames, 2010)에서 정의한 저널리즘이란 시민들이 그들의 개인적 삶과 커뮤니티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돕는 생산물을 만드는 실천이다. 결과를 향해 반복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반성과 성찰을 지속할 수 있고, 현실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플레이어 각자가 더 깊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게임의 미션을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스미디어가 던져주는 우리 삶의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틀을 벗어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는 것은 능동적이고 비판적이며 창조적인 플레이어들로부터 성취된다.

스탠리패러블(The Stanley Parable, 2013)에서는 익명의 나레이터가 등장한다. 그는 거대 기업의 직원 427번 스탠리가 아니라 스탠리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 두 개의 길 중에서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를 지시하고 그것을 “선택”하는 플레이어를 비꼬고 농락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말을 계속해서 듣지 않으면 “어드벤쳐 라인”이라 불리는 노란 선을 바닥에 깔아놓고 그걸 따라오라며 조소하는 식이다. 플레이어는 결말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의미 없이 버튼을 눌러야 할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 나레이터는 게임 세계를 지배하는 체제(혹은 체제의 하수인)이고 스탠리는 빈껍데기이다. 플레이어는 이 체제를 넘어서서 스탠리가 되지 않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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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nley Parable (2013)

더 나잇 저니(The Night Journey, 2010)라는 사색적인 비디오 게임에 참여하기도 했던 미디어아티스트 빌비올라는 비디오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촬영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스크린에서 숨겨진 부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게임에 적용해 본다면, 게임디자이너는 어떤 정보를 숨겨두거나 어떤 행위를 가능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플레이어가 스스로 상황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여지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프로토타입 단계에 있는 게임 아츄(Achoo!, 2014)에서 플레이어는 레이저빔으로 도둑들을 막으며 중앙부를 사수하는 로봇을 조종한다. 레이저는 일정한 순간에 발사된다. 플레이어는 레이저의 위치와 방향을 조종할 수 있지만, 발사되는 시기나 발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든 일정 순간이 되면 터지는 레이저빔을 가지고 때로는 눈 앞의 무고한 사람들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

리틀인페르노(Little inferno, 2012)에서는 어느 회사로부터 작은 벽난로와 불장난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물 받으며 게임이 시작된다. 보너스를 얻기 위한 조합을 만드는 퍼즐과 불이 만들어내는 예기치 않은 효과들은 이 단순한 놀이를 중독적으로 만든다. 가끔 보이지 않는 바깥 세상의 기상 악화 소식과 플레이어 캐릭터처럼 고립된 채 벽난로 앞에 앉아있는 소녀로부터 편지가 날아든다. 이것은 단순한 불장난이 아니라 찬바람이 밀려들어오는 굴뚝 밑에서 태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태워 온기를 잃지 말아야 하는 생존임이 분명해진다. 세상의 소식을 태우며 지속되는 놀이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 현실을 직면하지 않는 한, 그 생존은 영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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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oo!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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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inferno (2012)

사회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알레고리화 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인디 게임디자이너들은 현실의 게임산업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게임 개발과정을 고민한다. 라프코스터는 혁신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먼저 모두가 코드를 새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코드와 라이브러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는 FPS 장르의 게임들에서 95%의 코드가 겹쳐짐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FPS의 개발에 거대한 프로그래밍팀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하나의 게임을 완성하여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단계에 플레이어를 포함하는 절차적인 과정을 통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 틀(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을 공개해서 사람들과 함께 콘텐츠를 채우는 것이, 완결된 틀에 콘텐츠를 채워서 공개하는 것보다 쉬운 길은 아니다. 일단 그토록 매력적인 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블파인(Double Fine) 프로덕션에서는 내부개발자들이 프로토타입을 제안하고 공개 투표를 통해 개발할 게임을 선정하는 암네시아 포트나이트(Amnesia Fortnight)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여기서 채택된 게임인핵앤슬래쉬(Hack 'n' Slash, 2014)는 캐릭터가 손에 든 USB 칼 등의 아이템으로 게임의 소스코드를 해킹해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거나 적의 공격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장애물을 이동 가능하게 만들어서 맵을 바꿀 수도 있다. 실제 게임의 소스코드가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 세계가 플레이 불가능 상태로 망가질 수도 있지만 이전 상태로 되돌려 복구가 가능하다. 플레이어들은 소스코드로의 접근을 통해 자신만의 버전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은 다시 전체 게임 개발에도 영향을 준다.

게임의 소스코드나 개발 과정을 공개하는 경우는 인디게임계에서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노점상을 다룬 스토리로 호평받은 카트 라이프(Cart Life, 2011)는 전체 소스코드를 공개하며 스팀(Steam)에서의 판매를 중지했고, 뛰어난 퍼즐 디자인을 보여준 게임 잉글리시 컨트리 튠(English Country Tune, 2011)의 게임디자이너는 퍼즐스크립트(PuzzleScript)라는 오픈 소스 퍼즐게임 엔진을 공유했다. 카타클리즘(Cataclysm, 2013)의 개발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하면서 이 게임은 무료로 제공될 것이고 오픈 소스로 커뮤니티를 통해 발전해 나갈 것이라 명시했지만, 킥스타터 모금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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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 Lif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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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s(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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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ppy48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디자이너들에게 오픈소스는 게임 개발 과정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모험이기도 하다. 오픈된 소스가 표절한 것이냐 창조적으로 카피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디게임 중 하나인 Threes(2014)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1024나 2048과 같은 카피 게임들을 마주했다. 특히 2048은 소스코드를 공개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코딩을 교육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이것을 교육용 소스로 이용하면서 코딩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의 참여를 도왔다. Flappy48 같이 기존의 게임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것들부터 고차원적인 수식이 들어가는 것까지, 한 때 2048의 변종을 만들고 공유하고 즐기는 것은 하나의 문화적 현상을 이루었다. 이에 대해 Threes의 개발자는 웹사이트에 1년 여의 지난했던 개발 과정을 공개하면서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source link

미디어로서의 비디오 게임은 아티스틱한 창작품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실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디오 게임으로 우리는 우리가 사회를 보는 시선을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 던진 질문에 능동적으로 답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고, 나아가 비디오 게임이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진정한 미디어의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작은 게임들의 창작과 공유가 활발해질수록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서 게임을 통해 이야기할 동료들을 쉽게 만나고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주 / 독일 쾰른에 거주중인 인디 게임 디자이너